가성비 의료의 시대: 신약 재창출과 치료의 재해석
기술미래2026. 2. 3. 06:58가성비 의료의 시대: 신약 재창출과 치료의 재해석

에룸의 법칙과 의료의 가성비 시대: 효율성을 향한 회귀 코로나19는 전 세계 의료 시스템에 거대한 균열과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신약 개발의 효율성 저하입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면 비례하는 성과가 나왔으나, 최근에는 투입 비용 대비 성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에룸의 법칙(Eroom's Law)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26년에 접어들며 세계 각국의 재정 상태가 악화함에 따라, 아무리 뛰어난 신약이라도 국가 보장 범위에 온전히 편입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제약은 임상 현장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의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보다는, 오랜 시간 임상에서 부작용과 효과가 검증된 비용 효율적 치료법..

병원 가는 발길을 줄이는 의료사고 면책 정책
사회정책2026. 2. 1. 18:06병원 가는 발길을 줄이는 의료사고 면책 정책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고위험 의료 수요의 억제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추진하는 의료사고 형사 면책권 부여는 표면적으로는 의료진의 진료 환경 개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파산 위기에 직면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난도 수술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었고, 환자들 또한 국가적 보장성 확대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발표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기점으로 정부의 기조는 '보장 확대'에서 '지출 통제'로 급선회했습니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환자들에게 의료 행위의 위험성을 스스로 인지하게 함으로써 고비용이 발생하는 중증 수..

예방적 도덕의 종말과 사후적 실리의 지배: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정의론
문화철학2026. 1. 21. 08:26예방적 도덕의 종말과 사후적 실리의 지배: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정의론

보편적 규범의 해체와 '각자도생'의 지역 패권적 도덕 과거 세계화가 정점이었던 시절, 우리는 전 지구가 공유하는 보편적 정의와 인권, 기업 윤리라는 표준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계화는 종말을 고했고, 각 지역의 패권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시대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글로벌리즘'이 '돈로주의(Donroe Doctrine)'로 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거시적 균열은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투영됩니다. 대중은 더 이상 거창한 보편적 정의에 기대지 않습니다. 대신 나에게 실질적인 '보급선'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나 집단을 하나의 패권으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보호받기를 자처합니다. 쿠팡과 같은 거대 플랫폼이 정부의 압박이나 도덕적 비난에도 흔들리지 ..

131조 R&D의 역설: ‘실패 금지’의 관성을 깨는 ‘광기’ 어린 혁신
기술미래2026. 1. 20. 05:58131조 R&D의 역설: ‘실패 금지’의 관성을 깨는 ‘광기’ 어린 혁신

'실패 불용'의 역사적 관성과 인공지능 시대의 뒤처진 대응 한국은 2024년 기준 연구개발비 131조 원이라는 압도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세계 5위권의 R&D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수치상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혁신의 농도는 여전히 옅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안정적인 진입'과 '추격형 모델'에 최적화된 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는 최근 AI 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3년 전 AI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당시, 정부출연연구원(이하 '정출연') 등 공공 연구기관들은 데이터와 지원 부족을 이유로 선도적 대응에 실기했습니다. 이제야 대세임을 확인하고 '국가대표 AI'를 표방하며 움직이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했더라면 특수 목적 AI 분..

할 일이 없어도 하고 있을 그 일 : 동기부여가 중요해진 시대
문화철학2026. 1. 16. 20:58할 일이 없어도 하고 있을 그 일 : 동기부여가 중요해진 시대

10여 년 만에 연구 현장으로 돌아오니 많은 것이 변했음을 실감합니다. 과거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임상 연구에 매진했다면, 지금은 대학 연구실에서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주제가 모두 바뀌어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연구는 여전히 '사람'이 하는 것이고, 수많은 동료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저는 "왜 연구를 하고 학위를 취득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추격에서 선점으로, 양에서 질로의 패러다임 전환 지난 10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구의 방향성입니다. 과거에는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뒤를 쫓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영국은 체계적 문헌 고찰, 미국과 유럽은 기초 연구,..

기초의학연구에도 근거수준이 있을까?
In Silico and Research2026. 1. 11. 13:47기초의학연구에도 근거수준이 있을까?

임상 의학의 '근거 중심' 흐름과 기초 연구의 암묵적 위계 지난 20년간 현대 의학은 '의사의 숙련도'라는 주관적 영역을 넘어,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이라는 견고한 객관적 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과거 특정 병원에 가면 무조건 수술을 권유받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진단 기기의 발달과 건강보험 시스템의 고도화로 인해 '입증된 치료'만이 사회적·경제적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나타난 의료비 효율화 시도는 '심평의학'이라는 자조 섞인 용어를 낳을 만큼 강력한 표준화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명시적 근거 수준(Level of Evidence)은 임상 연구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 기초 연구 분야에서는 여전히 연구자들 사이의 '암묵적인 동의' 수..

[In Silico #4]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회로 수준'의 새로운 전략: Triflusal의 재발견 (Oswell et al., 2026)
In Silico and Research2026. 1. 10. 08:42[In Silico #4]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회로 수준'의 새로운 전략: Triflusal의 재발견 (Oswell et al., 2026)

🧐 1. 이 논문을 선택한 이유 (In Silico: '부작용'을 거르는 정밀 필터)마약성 진통제(Opioid)는 강력하지만 중독과 호흡 억제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습니다. 기존 연구가 마약 수용체(MOR) 자체를 조절하는 물질을 찾으려 했다면, 이 논문은 "마약이 뇌 회로에 유도하는 '진통 상태(Analgesic State)'의 유전자 지도만 쏙 빼올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특히 In silico를 통해 특정 수용체가 아닌 '회로 전사체 시그니처'를 타겟팅함으로써,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마약 수용체는 건드리지 않는(Non-opioid) 혁신적인 경로를 찾아냈습니다. 📝 2. 논문 정보논문 제목: Mimicking opioid analgesia in cortical pain..

의사과학자라는 유령, ‘형평성’의 늪에 빠진 국가 전략
기술미래2026. 1. 8. 18:31의사과학자라는 유령, ‘형평성’의 늪에 빠진 국가 전략

지난 글을 통해 저는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주무 부처를 보건복지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몸담으며 깨달은 사실은, 부처 이관이라는 행정적 절차보다 훨씬 더 깊고 본질적인 ‘철학의 부재’가 대한민국 의사과학자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연일 ‘바이오 헬스케어의 미래’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연구자들은 정책의 모순 속에서 깊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행정 편의주의가 초래한 ‘사후 환수’의 공포 현재 많은 대학에서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연구생활장려금’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일제 대학원생들의 최소 생계비를 보조하겠다는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의 행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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