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 만에 건강보험 관련 글을 씁니다. 제 배경상 의료 정책과 관련된 글을 여러 차례 써왔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우려했던 방향으로 현실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무겁습니다. 이미 건강보험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여러 편 쓴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건강보험이 유지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같은 연령대 내에서의 상호 부조로서의 국민건강보험입니다. 늘어나는 불만, 변하지 않은 구조 건강보험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건강보험은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이며, 많은 국민이 그 혜택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건강보험에 대한 불만은 분명히 ..
기초 연구 평가인가 지역 발전 정책인가 2026년 상반기 기초연구 선정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늘 그렇듯 연구재단은 금요일 오후, 전화 문의에 가장 적게 시달릴 시간에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연구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비슷합니다. “그래도 이만큼 연구했고, 최근 논문도 나갔고, 계획서도 신경 써서 썼으니 하나쯤은 되지 않을까.” 많은 연구팀이 이런 생각으로 결과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결과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발표 하루 전 정부 보도자료에서도 이미 정책 방향의 단서가 보였습니다. 이번 기초연구 정책의 핵심이 연구 경쟁력 강화라기보다는 지역 균형 확대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정책 방향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수도권 과제 수는..
교수라는 직업의 확장과 피로 대학의 교수님들은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강의는 기본이고 연구에 심지어 행정까지 도맡아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교수는 강의가 중심이고 연구는 필요에 따라 수행했습니다. 행정은 학장이나 학과장과 같은 보직의 일환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교수 임용은 테뉴어가 기본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테뉴어가 당연한 시대도 아니며, 테뉴어라 할지라도 강의와 연구, 행정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창업을 장려하는 학교라면 사업까지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대학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발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연구팀을 꾸릴 수 있는 대학이 20개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고 합..
자문을 요청하는 이유 경영과 연구를 하다보면 자문을 받거나 반대로 해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분야는 제가 직접 몸담아 경험했거나 나름 심도 있게 리뷰를 했다고 생각되는 분야이고, 어떤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한때 몰두했거나 지금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저의 커리어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알 것 같다는 이유로 들어오는 자문도 있습니다. 제가 별다른 보상 없이 자문을 해주고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특별한 인연으로 알게 되었는데 사업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무엇인가를 제안하고 싶을 때입니다. '오지랖'과 '호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자문일 것입니다. 자문을 할 때마다 드는 고민은 하나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려 하는 지에 대한 ..
개인적 특성에서 사회적 구조로 최근 저는 AI와의 대화 과정에서 ‘임상 과의존’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성취와 사회적 성공을 개원이나 진료에만 의존하려는 사고방식을 지적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한의사라면 결국 진료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당연한 전제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표현은 단순히 개인의 진로 선택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 구조의 변화를 암시하는 단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의료개혁이 병원 중심의 의료를 점차 축소하고 의료행위를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흐름, 그리고 AI가 전문직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현실은 특정 직능 및 수단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더 이상 안전..
🧐 1. 이 논문을 선택한 이유알츠하이머병은 단일 타겟 제어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복잡 질환입니다. 기존 연구가 주로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에 집중했다면, 이 논문은 "천연물 성분이 어떻게 산화 스트레스 방어 체계(Nrf2)를 깨우고 타우 병증(GSK-3β)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1,000ns(1μs)라는 초장기 분자 동역학(MD)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물-단백질 결합의 실질적인 안정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가치가 높습니다. 📝 2. 논문 정보논문 제목: Network pharmacology and computational-based approaches to activate NRF2 pathway via KEAP1 and GSK-3β inhibition: ..
질문을 넘어서, AI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AI를 잘 써야 한다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조언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검색을 해왔지, 기계와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질문을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람도 아닌 존재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요구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AI를 잘 쓰려면 질문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해야 합니다.AI는 검색엔진이 아닙니다. 검색엔진이 기존 정보를 찾아주는 도구라면, AI는 정보를 생성하는 도구입니다. 생성에는 항상 오류 가능성이 포함됩니다. 이른바 ‘환각’이라고 불리는 그럴듯한 오류가 그 예입니다. 따라서 AI의 답변을 단번에 수용하는 태도는 오히려..
사회적 합의로서의 창의성 AI로 인한 삶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간의 창의성, 감정, 전문직의 판단 영역까지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이상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저임금 육체노동이 먼저 대체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고부가가치 영역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그 끝에 ‘창의성’이 있습니다. 창의성은 본질적인 속성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승인된 이후에 붙는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창의성이 되기 전의 생각은 특이한 의견, 소수 주장, 혹은 위험한 발상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인정받았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창의적이라 부릅니다. 그렇기에 창의성은 절대적 개념이라기보다 사회적 합의의 산물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AI는 이러한 승인 구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