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채권자 시대: 경동시장 모델로 여는 15년의 골든타임
사회정책2026. 10. 6. 20:19국민 채권자 시대: 경동시장 모델로 여는 15년의 골든타임

경동시장 주식회사에서 찾는 지대 억제와 유인 일치의 경제학 경동시장은 서울 도심의 대표적 시장임에도 바가지 논란 없이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관 검색어가 '가성비'일 정도로 식자재와 물건값이 저렴한 이유는 상인들이 곧 주인이자 세입자인 '경동시장 주식회사' 시스템에 있습니다. 해방 이후 상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시장 건물을 올리고 주식회사 소유로 만들면서, 입점 상인들은 주주이면서 동시에 세입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월세를 올리면 회사의 배당은 늘지만 자신이 낼 임대료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기계적으로 임대료를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인근 다른 건물 상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동시장 주식회사 건물의 낮은 임대료에 맞추지 않으..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의 딜레마: 난투극이 일상화될 응급실의 미래
사회정책2026. 9. 30. 22:14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의 딜레마: 난투극이 일상화될 응급실의 미래

최근 이른바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이 입법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구급대가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돌려 환자 수용 여부를 묻던 기존 방식을 없애고, 지자체 시스템상 수용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면 사전 문의 없이 구급대가 환자를 바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환자 수용 판단 권한을 구급대에 넘겨주는 대신, 의료진에게는 형사처벌 ‘감면’이라는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하며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현장 의료진이 가장 심각하게 꼽은 현실적 문제는 응급실 이용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경증 환자'의 쏠림 현상입니다. 물론 이 회견이 중증 응급환자를 외면하겠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미 현행 의료법상..

체면의 사회주의, 교차보조의 종말
문화철학2026. 9. 23. 20:34체면의 사회주의, 교차보조의 종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러온 가격: '교차보조'가 지탱한 압축성장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들은 겉보기에 모두 평등해 보입니다. 같은 진료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똑같이 친절한 의료진의 안내를 받습니다. 그러나 진료가 끝나고 수납창구에서 진료비를 알려주고 결제하는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차이가 드러납니다. 원가 이하로 묶인 건강보험 급여 치료만 받는 환자가 있고, 비급여 치료를 섞어 받는 환자가 있습니다. 병원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비급여 치료를 받은 환자가 지불한 비용이 급여 환자의 적자를 메워주며 병원 문을 열어두고 있는 셈입니다.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이 많이 가고 원자재 부담이 큰 안주를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애주가들이 마시는 소주와 맥주의 높은 마진 덕분입니다. 술을 마시지 ..

단독 개원의 종말: 도미(渡美) 의사에서 살펴보는 의료의 미래
기술미래2026. 9. 8. 02:50단독 개원의 종말: 도미(渡美) 의사에서 살펴보는 의료의 미래

관리급여 전환과 1차 진료 모델의 한계 도수치료가 관리급여 체계 안으로 편입되자마자 처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처방약 배송을 둘러싼 약사회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고, 지역 의료망의 중증 응급 대응력은 이미 수치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약화되었습니다. 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원가 바닥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작동하던 단독 개원 문법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외국인 대상 병원 개원은 이러한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10여 년 전 처음 개원을 준비할 때, 명동에서 중국인과 일본인 환자를 보던 선배 원장님의 글이 기억납니다. 한마디로 수익 변동성이 극단적이었습니다. 어떤 달은 상상 이상의 매출을 찍었지만, 어떤 날은 진료실을 원장님 혼자 지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시..

분자생물학으로 이해하는 뜸의 기전
기술미래2026. 9. 7. 19:07분자생물학으로 이해하는 뜸의 기전

20년 만에 돌아온 뜸과 전임상 연구를 바라보는 시선최근 한의원 대상 홍보물에서 거의 20여 년 만에 뜸을 전면에 내세운 치료 시스템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고깃집 환기 덕트를 달고 유행하던 왕뜸 열풍이 지나간 뒤, 뜸은 한동안 급여 진료의 일부로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돌고 돌며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드물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수천 년의 임상 경험을 가진 유효한 치료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왜 뜸인가”에 대한 현대적 해석—특히 분자생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임상 현장의 원장님들 입장에서는 분자생물학이나 전임상 동물실험을 통한 해석이 낯설거나 당장 필요 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환자..

자본의 가격과 진자의 주기: 연대와 자율의 사회적 동학
사회정책2026. 9. 6. 16:59자본의 가격과 진자의 주기: 연대와 자율의 사회적 동학

'연대(Solidarity)'라는 개념은 직관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점유하곤 합니다. 반면 그 대척점에 선 태도는 흔히 '각자도생'이나 '생존주의'라는 거친 프레임으로 환원되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회과학적 층위에서 이를 들여다보면, 이는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위험을 사회적으로 공동 풀링(Risk-pooling)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 규율과 개별 주체의 책임에 맡길 것인가에 관한 제도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1. 에이전시와 커뮤니언: 생존주의를 넘어선 자율적 적응성심리학자 데이비드 바칸(David Bakan)[1]은 인간 실존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근원적 양식으로 타자와의 연결을 추구하는 '커뮤니언(Communion)'과 개체의 자율적 분리와 통제를 지향하는 '에이전시(Agency)'를 제..

고금리는 왜 다시 제국을 겨누는가: 볼커의 유령과 신냉전의 금융 소모전
사회정책2026. 9. 3. 17:41고금리는 왜 다시 제국을 겨누는가: 볼커의 유령과 신냉전의 금융 소모전

최근 금융 시장은 급작스런 미국채 금리의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과거의 저금리 기조로 복귀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급망 분절과 지정학적 갈등, 만성적 재정 적자를 고려하면 이번 국면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한 페이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누려온 장기적인 금리 인하 추세와 결별하고, 구조적 고금리가 일상화되는 장기 사이클의 초입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통화정책의 대전환은 단순한 물가 관리를 넘어 냉혹한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자본의 비용과 지정학적 의지 많은 전문가들이 고금리 장기화의 배경으로 탈세계화에 따른 생산 비용 상승, 기후변화 대응 비용, 그리고 인구 구조 변화 등을 꼽습니다.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통화의 역사를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살..

4만달러 시대의 한국 사회의 모습
기술미래2026. 8. 21. 08:574만달러 시대의 한국 사회의 모습

사라진 4만 달러의 환호와 일상으로 스며든 '시스템 이원화' 과거 1인당 GDP 몇만 달러 돌파는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장의 신화이자 삶의 극적 변화를 알리는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4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이전과 같은 사회적 환호는 들리지 않습니다. 국민소득 단위가 바뀌는 거대한 변화임에도 대중이 무덤덤한 이유는, 4만 달러 시대가 외형적 성장이 아닌 '시스템 구성의 근본적 재편'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형의 확장은 멈추었지만 우리 삶을 규정하는 제도들은 조용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공 영역의 재정적 한계와 성장의 정체 속에서, 사회 곳곳은 이미 '기본 생존형 공공 인프라'와 '고비용 민간 프리미엄'으로 나뉘는 잠재적 이원화 체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의료·주거·교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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