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부터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됩니다. 많은 언론은 이를 "환자 부담을 낮추는 정책"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영향은 단순히 도수치료 가격이 얼마가 되느냐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손보험과 비급여에 의존해 유지되던 1차 의료기관의 수익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던 물리치료사들의 고용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 수 있는 변화입니다. 실손보험 개혁의 본질은 의료 공급구조의 재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오랫동안 낮은 수가를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급여 진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검사,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
전선 뒤의 격전지: 중국 기초과학의 눈부신 부상과 '미병'의 격세지감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가고 있음에도, 미·중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되려 이란 다음은 중국과의 갈등일 수 있다는 예측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1도련선에 해당되는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과의 동맹 관계 강화와 같은 가시적인 정치·군사적 긴장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패권 또한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앞으로 새로운 기술 패권의 각축장이 될 생물학 연구개발 및 신약 산업에서의 패권 전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기초연구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 언론 보도가 잘 되고 있지 않지만, 근 10여 년간 기초과학 분야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단순히..
현대 사회를 진단할 때 우리는 흔히 동양을 집단주의, 서양을 개인주의의 틀로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각 문명이 진정으로 갈망하고 도달하고자 했던 제도적 지향점은 그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촘촘한 고밀도 속에 갇혀 있던 동양은 역설적으로 '개인의 존중과 숨구멍'을 찾기 위해 제도를 고도화했고, 느슨한 저밀도 속에 흩어져 있던 서양은 생존을 위해 '단단한 공동체의 결속'을 필사적으로 묶어내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상과 리더십의 문법을 결정한 가장 강력한 상위 법칙은 문화나 인종이 아니라, 인간이 발을 딛고 선 ‘대지면적 대비 인구밀도’라는 생태적 조건에 있습니다. 수천 년간 축적된 공간의 밀도가 어떻게 동서양의 구조를 만들고, 나아가 조직의 지향점을 바꾸어 놓았는지 3가지 핵심 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지하철 풍경이 말해주는 AI 버블의 실체와 닷컴버블과의 차이 OpenAI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소식이 조금씩 들려옵니다. 2023년 무렵 유료로 ChatGPT를 쓰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무료 모델만 이어 써도 그때보다 훨씬 똑똑한 AI를 만날 수 있습니다. 불과 3년도 안 된 사이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이처럼 AI는 점점 똑똑해지고 다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식상할 정도로 귀에 딱지가 앉아 ‘이 버블도 곧 끝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듯합니다. 모든 기술은 버블을 통과하며 한 단계 발전합니다. 백여 년 전의 라디오와 철도가 그랬고, 20여 년 전의 닷컴버블이 그랬으며, 지금의 AI가 바로 이 단계를 지나고 있습니다. 버블이 없는 편이 가장 좋겠지만, ..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노조의 성과급 파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회사의 수익을 기준으로 상여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5년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결이 달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반도체 사업장 노동자들의 요구였다는 점, 그리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휴대폰과 가전 사업부에서는 노조 탈퇴 및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내부 균열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파업 협상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 협상의 타당성을 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이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과, 이 사태 이후 다가올 미래의 모습입니다. 분야도, 협상의 주체도 다르지만, 지난 의대증원 사태에서 작동했던 여론의 메커니즘이 이번 삼성전자 반도..
최근 도심 외곽에서 시작되어 중심까지 확장된 이른바 ‘창고형 할인 약국’에는 상비약과 파스, 위장약을 박스째 사려는 시민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룹니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대량으로 쟁여두려는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불황에 따른 절약 심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국민들이 본능적으로 선택한 ‘각자도생의 생존 신호탄’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실손보험 누수를 막고 의료 생태계를 바로잡겠다며 추진 중인 ‘도수치료 관리급여화’와 ‘혼합진료 금지’ 등의 규제 정책은 보건의료 현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네 병원 연 2,000개 연쇄 도산" 같은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통계와 경영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본질은 조금 다릅니다. 당장 ..
인공지능의 역할 중 하나는 그동안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문 영역의 대체입니다. 이미 프로그램 개발, 글쓰기, 교육은 상당 부분 인공지능이 맡고 있으며, 그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대체할 영역'을 찾기보다 '대체되지 않는 영역'을 찾는 쪽이 더 쉬운 시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자연히 '이런 영역까지 대체가 된다고?' 싶은 사례가 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입니다. 규제의 끝판왕 의료, 인공지능이 뒤집다 의료 분야는 고도의 규제 탓에 스타트업을 비롯한 신규 사업이 극히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신기술이 곧바로 시장에서 검증받는 다른 분야와 달리, 의료는 기초연구에서 임상시험, 규제 승인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빠른 평가와 적응력 뿐만 아..
얼마 전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앞으로 병원 가기 쉽지 않을 것이니, 지금 가야 할 일 있으면 시간 내서 다녀오세요.” 처음에는 대부분 의아해합니다.주변에 병원이 이렇게 많은데, 못 간다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이겠지요.그런데 최근에는 이 반응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납득하는 분위기입니다. 의대 증원도 했고, 지역의사제도 도입되었습니다.겉으로 보면 병원 접근성은 더 좋아져야 맞습니다.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1. 문제는 의사가 아니라, 돈입니다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하나만 보면 됩니다.👉 건강보험 재정입니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성장은 둔화되어 보험료를 더 걷기도 쉽지 않습니다.건강보험료율은 이미 상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