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넘어서, AI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AI를 잘 써야 한다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조언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검색을 해왔지, 기계와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질문을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람도 아닌 존재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요구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AI를 잘 쓰려면 질문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해야 합니다.
AI는 검색엔진이 아닙니다. 검색엔진이 기존 정보를 찾아주는 도구라면, AI는 정보를 생성하는 도구입니다. 생성에는 항상 오류 가능성이 포함됩니다. 이른바 ‘환각’이라고 불리는 그럴듯한 오류가 그 예입니다. 따라서 AI의 답변을 단번에 수용하는 태도는 오히려 검색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과정입니다.
- 근거를 요청하고
- 논리의 약점을 지적하고
-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도록 요구하며
- 다시 판단을 수정하게 만드는 것
이 일련의 반복이 바로 토론입니다. 제 경험상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세 차례 이상 질문과 재질문이 오갈 때, 비로소 AI는 검색엔진을 넘어 사고의 동반자가 됩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취업 가능성에 대해 AI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면, 거기서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관련 내규와 법적 근거를 제시하게 하고, 그 조항의 적용 범위를 묻게 하며, 실제 사례와 비교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구조를 얻게 됩니다.
AI는 검색의 상위 목적, 즉 사고의 흐름을 구성하는 과정을 대신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토론을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토론 능력, AI에게 배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우려가 나옵니다. “나는 토론을 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 걱정은 오히려 AI 시대에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AI는 이미 정해진 것을 가르치는 교육 영역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토론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AI에게 이렇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 “이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해 주십시오.”
- “제가 놓친 논리적 비약이 있습니까?”
- “이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합니까?”
- “제가 토론 능력을 키우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합니까?”
AI는 이미 수많은 토론 구조와 논증 패턴을 학습했습니다. 교육처럼 비교적 구조화된 영역에서는 인간보다 안정적인 안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즉, 우리는 토론을 잘해야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토론을 배우면서 쓰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AI는 단순한 답변 기계가 아니라, 사고 훈련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토론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 AI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토론 능력을 기르는 사람이 결국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따라서 “나는 질문을 잘 못한다”는 걱정보다
“AI에게 어떻게 질문하고, 어떻게 반론을 요청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메타인지에서 나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지에 대해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검색엔진처럼 간단히 찾고 끝내면 더 빠르고 쉬운데도 여러번 손을 거쳐야 하는 것은 분명 번거로운 일입니다.
AI를 써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편리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AI는 인간의 사고 방식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뉴런이 연결되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결론을 형성합니다. AI 역시 연관과 확률을 기반으로 사고 흐름을 생성합니다.
토론을 반복하다 보면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사고 구조의 압축이 일어납니다. 복잡한 현상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내는 능력, 즉 메타인지가 형성됩니다.
메타인지는 인간이 복잡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 능력입니다. AI와의 토론은 이 메타인지 형성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아무 검증 없이 수용만 한다면 사고력은 약화될 수 있습니다.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것입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한 정보 접근 능력이 아니라,
- 근거를 요구하는 태도
- 반론을 요청하는 습관
- 사고 과정을 점검하는 메타인지
에서 나옵니다.
토론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 역시 AI에게 배우면 됩니다. 교육 영역에서 AI는 상당히 강력합니다. 우리는 토론을 잘해야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AI와 토론하면서 더 나은 사고를 훈련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이유는 정답을 잘 말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 과정을 함께 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할지는 결국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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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입니다. 근데 그냥 침만 놓는 사람 아닙니다. 한의학부터 사회 꼬집기, 경제·경영 및 기술까지— 세상이 던지는 말들에 한 마디씩 반사해봅니다. 오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