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율배반 신약 정책 : 병주고 약주고
사회정책2025. 10. 31. 22:25한국의 이율배반 신약 정책 : 병주고 약주고

1. 신약 대신 영양제를 파는 제약사들 한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신약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차세대 먹거리로 지난 10여년간 신약 개발을 포함한 바이오 산업은 빠진 적이 없었고 바이오 시밀러 등 일부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마운자로, 위고비 등 한 나라의 총 생산량을 좌우할 수준의 약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듣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그 동안 후진국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잡은 산업이 한두개가 아님에도 유독 제약산업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지지부진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제약산업의 파급력을 모르는 바는 아닐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궁금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신약 개발의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 속에..

AI가 여는 아시아의 시대
기술미래2025. 10. 30. 21:33AI가 여는 아시아의 시대

AI 번역, 낯선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다 AI가 일상이 되면서 그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교육 분야는 AI의 긍정적 쓰임이 합의된 대표적인 곳입니다. 저 역시 연구 과정에서 AI에게 질문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교육 이전에 AI가 이미 완벽한 역할을 하는 분야는 바로 '번역'입니다.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AI 번역 수준은 맥락까지 다듬어내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참석한 한 컨퍼런스에서는 대만, 한국, 일본의 연사들이 각자 편한 언어로 발표했지만 소통의 장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AI 실시간 번역이 스크린과 개인 웹페이지로 동시에 제공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화자들이 자기 나라 말로 편안하게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모습은, 과거 ..

[NP 저널미팅 #3] scRNA-seq로 질병타겟 잡고, NP로 약물타겟 찾는 교과서적 연구 (Li et al., 2025 리뷰)
카테고리 없음2025. 10. 27. 18:03[NP 저널미팅 #3] scRNA-seq로 질병타겟 잡고, NP로 약물타겟 찾는 교과서적 연구 (Li et al., 2025 리뷰)

1. 🧐 이 논문을 선택한 이유이전 저널 미팅들(Zhang et al., Abbas et al.)을 통해 'AI 기반 네트워크 약리학'의 최신 3단계 방법론과 AI 모델(GNN) 평가의 함정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가설 설정부터 동물실험 검증까지 'Full-package'를 보여주는 연구가 궁금했습니다.이 논문(Li et al., 2025)은 바로 그 모범 답안입니다. 복막 투석 환자의 심각한 합병증인 '복막 섬유증'을 대상으로, Single cell RNA sequencing부터 동물실험까지 멀티오믹스 기술(scRNA-seq, bulk RNA-seq)로 '질병 타겟'을 식별합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약리학(NP)'으로 천연물 성분(Salidroside, SAL)의 '약..

[NP 저널미팅 #2] 99% 정확도의 함정: GNN 약물 상호작용 예측의 현실 (Abbas et al., 2025 리뷰)
네트워크약리학2025. 10. 26. 22:56[NP 저널미팅 #2] 99% 정확도의 함정: GNN 약물 상호작용 예측의 현실 (Abbas et al., 2025 리뷰)

1. 🧐 이 논문을 선택한 이유AI(GNN)가 네트워크 약리학의 핫한 주제이며, 한의학의 '네트워크 타겟'을 찾는 데도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GNN의 성능은 과연 얼마나 좋을까요?이 논문은 GNN을 '약물-약물 상호작용(DDI)' 예측에 직접 적용한 2025년 최신 연구입니다. DDI는 다약제 병용(polypharmacy)이 늘면서 환자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찾는 핵심이기도 합니다.이 연구는 GCN, SAGE, GAT 등 수많은 GNN 아키텍처를 가져와 "어떤 모델이 DDI 예측을 가장 잘하는가?"에 대해 3개의 공개 데이터셋으로 공정하게 벤치마킹을 수행했습니다. '최고의 모델'을 찾으려던 이 연구가 오히려 '평가 지표의 함정'이라는 매우 중요한 현실을 밝혀..

[NP 저널미팅 #1] AI 기반 '정밀 한의학'의 3단계 방법론 (Zhang et al., 2024 리뷰)
네트워크약리학2025. 10. 25. 08:41[NP 저널미팅 #1] AI 기반 '정밀 한의학'의 3단계 방법론 (Zhang et al., 2024 리뷰)

1. 🧐 이 논문을 선택한 이유네트워크 약리학(NP)의 기본 개념을 다룬 고전적인 논문들에 이어, 가장 '핫'한 트렌드인 인공지능(AI)이 NP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습니다.이 논문(Zhang et al., 2024)은 2024년 1월 Briefings in Bioinformatics라는 저명한 저널에 게재된 최신 리뷰 논문으로, AI 기술을 '한의학 네트워크 약리학'에 적용하여 '정밀 한의학'을 구현하는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합니다. AI와 NP, 그리고 한의학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의 교차점을 명확히 짚어줄 것으로 기대되어 이번 셀프 저널 미팅 논문으로 선정했습니다. 2. 📝 논문 정보논문 제목: Network pharmacology: towards the artifi..

노인정액제의 종말과 한의원의 변화
사회정책2025. 10. 23. 05:43노인정액제의 종말과 한의원의 변화

1. 모순의 시작: 20년 넘게 멈춘 '15,000원'의 굴레 노인외래정액제(이하 노인정액제)는 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대다수 사람에게는 생소한 개념입니다. 흔히 '어르신들은 2,000원이면 침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노인정액제를 적용받은 것으로, 신문 기사를 포함한 언론에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별 관심도 없는 분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노인정액제는 1995년부터 노인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시작된 제도입니다. 입원이 아닌 외래 진료비 중 총 진료비가 15,000원 이하일 경우, 환자는 공단 청구 금액의 10% 수준인 1,500원(의원급 기준)만 본인부담금으로 내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복지 개념인 이유는, 노인이 아닌 일반 환자들은 청구하는 진료비의 30%를 환자가 ..

사지(四肢)와 체간(體幹) 경혈, 같으면서 다른 항염증 효과
온병학 및 한의학2025. 10. 13. 21:58사지(四肢)와 체간(體幹) 경혈, 같으면서 다른 항염증 효과

침의 항염증 효과, Nature가 밝힌 구체적인 신경 경로 한의학에서 임상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과학적으로 활발히 연구된 치료법은 단연 침입니다. 특히 발열, 부종, 통증을 동반하는 염증 반응에 대한 침의 개선 효과는 수많은 임상가들이 경험하는 현상이지만, 그 구체적인 작용 기전은 오랫동안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이러한 상황에서 저명한 학술지 Nature에 실린 연구(https://doi.org/10.1038/s41586-021-04001-4)는 전침(전기침)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항염증 효과를 내는지 동물실험으로 명확히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넘어, '어떤 신경세포가', '어느 부위에서', '어떤 자극에 반응하여' 효과를 나타내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우리의 임상적..

부유세를 내던 부자들이 파업을 한다면?
사회정책2025. 10. 7. 05:53부유세를 내던 부자들이 파업을 한다면?

재정위기와 분노가 소환한 부유세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심화되면서 긴축 재정을 시행하게 되자 총리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임하고 프랑스 각지에서 시위가 격해지는 등 사회적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생각하는 방법은 연금 수령 연령을 미루고 공휴일을 줄이는 등 공공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여, 과거 부유세 등 소위 '부자 세금'을 줄여서 세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고소득 부자들을 상대로 다시 세금을 걷는 것이 단순히 세수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극심한 불평등이 야기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프랑스 정도 되는 국가가 재정위기를 논할 정도면 사실 하루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아닌 이유, 전근대적 세금 제도
사회정책2025. 9. 23. 07:14대한민국이 선진국이 아닌 이유, 전근대적 세금 제도

'근대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위대한 과학적 업적도 '징세청부업자'로서 가혹하게 세금을 착취했던 과거를 덮어주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부터 천국에 가기 어려운 직업으로 언급될 만큼,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압박했던 '세리(稅吏)'는 역사적으로 증오와 개혁의 첫 번째 대상이었습니다.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유럽의 근대 국가들은 세금 징수를 사적 이익이 개입할 수 없는 국가 시스템 안으로 완전히 편입시켰습니다. 징수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할 유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이 악명 높은 세리의 모습이 법 조항 속에서 여전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세리의..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경제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회정책2025. 9. 22. 21:18지방소멸과 인구감소, 경제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답 사회의 성공, 그리고 명백한 한계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라는 사회 변화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수백조 원을 투입하고 전담 부서까지 만들며 이 문제와 씨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냉소 섞인 공감대만 남았습니다. 이제는 '다른 나라도 인구가 준다더라', '일본 빈집 문제에 비하면 우리는 낫다'는 식으로 체념 섞인 적응을 모색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됩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수단이 모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문제의 근저에 깔린 우리 사회의 운영 체계, 즉 '사상'을 점검해야 합니다. 제 진단은 한국 사회가 사상의 발전 단계에서 아직 모더니즘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모더니즘은 종교와 왕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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