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룸의 법칙과 의료의 가성비 시대: 효율성을 향한 회귀
코로나19는 전 세계 의료 시스템에 거대한 균열과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신약 개발의 효율성 저하입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면 비례하는 성과가 나왔으나, 최근에는 투입 비용 대비 성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에룸의 법칙(Eroom's Law)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26년에 접어들며 세계 각국의 재정 상태가 악화함에 따라, 아무리 뛰어난 신약이라도 국가 보장 범위에 온전히 편입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제약은 임상 현장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의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보다는, 오랜 시간 임상에서 부작용과 효과가 검증된 비용 효율적 치료법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마치 인플레이션 시기에 새로운 물건을 사기보다 집 안에 묵혀두었던 쓸 만한 물건을 다시 꺼내 정리하고 사용하는 우리 일상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재해석의 기술: 신약 재창출과 디지털 치료제의 결합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치료법을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미 시판 중인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신약 재창출(Drug Repurposing)은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입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네트워크 약리학(Network Pharmacology)의 발전은 과거에 발견하지 못했던 기존 약물의 다각적인 효능을 데이터 기반으로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약물은 아니지만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디지털 치료제(DTx)의 등장은 이러한 재해석의 흐름을 더욱 견고하게 만듭니다. 화학항암제나 방사선 요법처럼 강력하지만 부작용이 컸던 고전적 치료법들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모니터링과 생활 습관 교정을 결합함으로써,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세밀하게 관리하는 시대가 2027년경에는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의 양극화: 초고가 정밀의료와 보편적 의료의 분리
앞으로의 의료 시장은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입니다. 암이나 희귀 질환처럼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분야에서는 유전자 편집이나 CAR-T 치료제 같은 초고가 신의료기술이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계속해서 출시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의 대다수 질환에서는 새로운 신약을 기대하기보다는 기존 치료법의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미래의 의료는 자본이 집중되는 최첨단 정밀의료와,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여 대중에게 보급하는 보편적 재해석 의료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이 두 영역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핵심 도구가 되어, 이미 쌓여 있는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통해 기존 치료법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가성비 높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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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입니다. 근데 그냥 침만 놓는 사람 아닙니다. 한의학부터 사회 꼬집기, 경제·경영 및 기술까지— 세상이 던지는 말들에 한 마디씩 반사해봅니다. 오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