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의 보이지 않는 족쇄: 산학협력단의 독점과 행정 편의주의
국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에게 연구비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생명줄을 관리하는 산학협력단은 연구팀에게 지원군보다는 감시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직접비는 연구에 투입되지만, 전체 연구비의 20~30%에 달하는 간접비는 산단이라는 조직의 운영과 행정 지원을 위해 징수됩니다. 문제는 이 비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자가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은 지극히 낮다는 점입니다.
이는 대학 내에서 단 하나의 산단만이 연구 지원 서비스를 독점하는 폐쇄적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경쟁이 없는 환경에서 산단은 연구자의 편의보다는 행정적 리스크 관리와 규정 준수라는 명목 하에 '환수'와 '사후 확인'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연구를 독려해야 할 행정이 연구 동력을 깎아먹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관련 근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5년 11월 발표한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 및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관리 중심'에서 '자율·책임 중심'으로의 제도 개편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전문성 부재의 비극: 융복합 연구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관료 조직
현대 연구는 Bio Informatics(생물정보학)나 Network Pharmacology(네트워크 약리학)와 같이 고도로 전문화된 데이터 분석과 실험 기법이 결합된 융복합 분야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대학 산단은 인문사회부터 자연과학까지 모든 분야를 단일 행정 체계로 처리합니다. 특허 출원 시 연구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특허법인과 서류만 오가는 상황은 연구자가 가장 허탈함을 느끼는 지점입니다.
분야별 특수성을 무시한 일괄적 행정은 결국 특허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술 이전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산단이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질 동기가 없는 구조적 한계는, 연구팀이 아무리 세계적인 성과를 내더라도 이를 산업화하고 보호하는 '행정적 백업'에서 실패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전문성 실종은 결국 대학 전체의 연구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독점 해체를 위한 제언: '특성화 산단 선택제'와 '행정 바우처'의 도입
이러한 독점의 폐해를 깨기 위해서는 연구 행정에도 경쟁의 원리를 도입해야 합니다.
첫째, 제안하신 특성화 산단 선택제입니다. 각 대학 산단의 강점(예: A대학-바이오, B대학-반도체)을 평가하여, 연구자가 자대 산단이 아닌 타 대학의 특성화 산단을 선택해 계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간접비의 일부를 수행 기관인 타 대학 산단에 배분하고, 자대 산단은 인프라 이용료만 정산받는 구조를 도입한다면 산단 간의 서비스 경쟁이 자연스럽게 유도될 것입니다.
둘째, 민간 전문 행정 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제안합니다. 간접비 중 일정 비율을 연구자에게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여, 연구자가 산단 소속 직원이 아닌 외부의 전문 행정 기관이나 특화된 특허 전략 컨설팅 업체를 직접 선택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산단의 행정 독점을 직접적으로 해체하고, 시장의 전문성을 연구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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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입니다. 근데 그냥 침만 놓는 사람 아닙니다. 한의학부터 사회 꼬집기, 경제·경영 및 기술까지— 세상이 던지는 말들에 한 마디씩 반사해봅니다. 오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