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정책의 시작: 주무부처 변경부터
사회정책2025. 11. 12. 05:23의사과학자 정책의 시작: 주무부처 변경부터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 MD-PhD)는 임상 현장의 질문을 실험실로 가져오고, 기초과학의 성과를 다시 환자에게 적용하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핵심입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지금, 이들의 역할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원 부족이 아닌, 정책을 주도하는 보건복지부의 '관점 오류'와 '구조적 자기모순'이라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 프레임을 '보건의료 통제'에서 '미래산업 육성'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합니다. 혁신 촉진과 재정 통제의 자기모순 (보건복지부의 태생적 한계) 현재 의사과..

의정갈등, 그 후: 의협에 남은 단 하나의 카드
사회정책2025. 11. 10. 20:33의정갈등, 그 후: 의협에 남은 단 하나의 카드

의정갈등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1년 8개월간의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고,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를 거두며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의대 정원은 1,500여 명 늘었다가 동결되었고, 떠났던 전공의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일부 복귀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폭풍 전의 고요함일 뿐입니다. 비대면 진료, 성분명 처방,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공단 특사경 등, 과거 의사협회(이하 의협)가 파업이라는 막강한 카드로 국회 상임위 안건 상정조차 막아왔던 정책들이 이제 정부의 숙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전공의 파업이라는 '핵폭탄'을 썼음에도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PA 간호사 합법화로 시스템을 우회하자, 의..

앞으로 동네 병원에서 검사 받기 어려워집니다
사회정책2025. 11. 4. 19:27앞으로 동네 병원에서 검사 받기 어려워집니다

1. 정부의 '설계': 왜 동네병원에서 검사가 사라지는가 1년 반 전 동네의원이 사라질 것을 예측한 글을 썼습니다. 그간 의정갈등이라는 큰일을 겪었지만, 정부의 기본 기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료전달체계 개편, 비대면진료 제도화 등 그 방향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https://jcleelab.com/118 동네의원이 절반 이상 사라진다면?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의사협회와 환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있으며, 가장 쟁점인 의대정원 문제는 증원 원칙만 확인하고 구체적인 숫자는jcleelab.com 정부의 목표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막고 '중증, 요양, 간병'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재편하는 것입니다. 재원은 한정적이기에, 동네병원의 재원을 빼서 이..

한국의 이율배반 신약 정책 : 병주고 약주고
사회정책2025. 10. 31. 22:25한국의 이율배반 신약 정책 : 병주고 약주고

1. 신약 대신 영양제를 파는 제약사들 한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신약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차세대 먹거리로 지난 10여년간 신약 개발을 포함한 바이오 산업은 빠진 적이 없었고 바이오 시밀러 등 일부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마운자로, 위고비 등 한 나라의 총 생산량을 좌우할 수준의 약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듣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그 동안 후진국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잡은 산업이 한두개가 아님에도 유독 제약산업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지지부진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제약산업의 파급력을 모르는 바는 아닐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궁금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신약 개발의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 속에..

노인정액제의 종말과 한의원의 변화
사회정책2025. 10. 23. 05:43노인정액제의 종말과 한의원의 변화

1. 모순의 시작: 20년 넘게 멈춘 '15,000원'의 굴레 노인외래정액제(이하 노인정액제)는 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대다수 사람에게는 생소한 개념입니다. 흔히 '어르신들은 2,000원이면 침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노인정액제를 적용받은 것으로, 신문 기사를 포함한 언론에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별 관심도 없는 분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노인정액제는 1995년부터 노인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시작된 제도입니다. 입원이 아닌 외래 진료비 중 총 진료비가 15,000원 이하일 경우, 환자는 공단 청구 금액의 10% 수준인 1,500원(의원급 기준)만 본인부담금으로 내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복지 개념인 이유는, 노인이 아닌 일반 환자들은 청구하는 진료비의 30%를 환자가 ..

부유세를 내던 부자들이 파업을 한다면?
사회정책2025. 10. 7. 05:53부유세를 내던 부자들이 파업을 한다면?

재정위기와 분노가 소환한 부유세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심화되면서 긴축 재정을 시행하게 되자 총리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임하고 프랑스 각지에서 시위가 격해지는 등 사회적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생각하는 방법은 연금 수령 연령을 미루고 공휴일을 줄이는 등 공공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여, 과거 부유세 등 소위 '부자 세금'을 줄여서 세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고소득 부자들을 상대로 다시 세금을 걷는 것이 단순히 세수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극심한 불평등이 야기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프랑스 정도 되는 국가가 재정위기를 논할 정도면 사실 하루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아닌 이유, 전근대적 세금 제도
사회정책2025. 9. 23. 07:14대한민국이 선진국이 아닌 이유, 전근대적 세금 제도

'근대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위대한 과학적 업적도 '징세청부업자'로서 가혹하게 세금을 착취했던 과거를 덮어주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부터 천국에 가기 어려운 직업으로 언급될 만큼,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압박했던 '세리(稅吏)'는 역사적으로 증오와 개혁의 첫 번째 대상이었습니다.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유럽의 근대 국가들은 세금 징수를 사적 이익이 개입할 수 없는 국가 시스템 안으로 완전히 편입시켰습니다. 징수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할 유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이 악명 높은 세리의 모습이 법 조항 속에서 여전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세리의..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경제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회정책2025. 9. 22. 21:18지방소멸과 인구감소, 경제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답 사회의 성공, 그리고 명백한 한계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라는 사회 변화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수백조 원을 투입하고 전담 부서까지 만들며 이 문제와 씨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냉소 섞인 공감대만 남았습니다. 이제는 '다른 나라도 인구가 준다더라', '일본 빈집 문제에 비하면 우리는 낫다'는 식으로 체념 섞인 적응을 모색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됩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수단이 모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문제의 근저에 깔린 우리 사회의 운영 체계, 즉 '사상'을 점검해야 합니다. 제 진단은 한국 사회가 사상의 발전 단계에서 아직 모더니즘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모더니즘은 종교와 왕권이라..

정부 출연 연구원 PBS 폐지,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이유
사회정책2025. 9. 17. 21:51정부 출연 연구원 PBS 폐지,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이유

정부출연연구원(이하 '정출연')의 숙원이던 PBS(Project-Based System)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정출연이 정부의 돈을 받아 운영되는 사실상 '정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각 연구원들이 외부 과제를 수주해서 스스로의 연구비를 충당해야 하는 PBS는 1996년부터 도입되었으니, 한 세대인 30년 가까이 되어서야 폐지가 되는 것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PBS가 폐지되자 이에 대한 환영의 글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과제 수주와 행정에만 몰두하게 만들고 정출연의 고유한 역할을 막은 PBS가 없어졌으니 좋다는 내용이고, PBS를 대체하는 새로운 평가기준의 필요성도 언급하는 내용들입니다. 저는 PBS가 없어지고 나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왜 PBS라는..

이상한 의료제도 '1인1개소법'
사회정책2025. 9. 4. 20:53이상한 의료제도 '1인1개소법'

한국 의료의 딜레마: 낡은 규제가 만든 새로운 현실대한민국 의료 체계는 ‘당연지정제’, ‘비영리 의료기관’, 그리고 ‘1인 1개소법’이라는 세 가지 핵심 규제를 기반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흔히 ‘의료 3불 정책’이라 불리는 이 제도들은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마련되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이 낡은 규제와 깊이 얽혀 있습니다. 기형적인 당연지정제와 그 그림자당연지정제는 한국 의료의 가장 특징적인 제도입니다. 모든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이하 건보) 진료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기관이 건보 진료를 통해 받는 수가가 원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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