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특성에서 사회적 구조로 최근 저는 AI와의 대화 과정에서 ‘임상 과의존’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성취와 사회적 성공을 개원이나 진료에만 의존하려는 사고방식을 지적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한의사라면 결국 진료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당연한 전제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표현은 단순히 개인의 진로 선택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 구조의 변화를 암시하는 단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의료개혁이 병원 중심의 의료를 점차 축소하고 의료행위를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흐름, 그리고 AI가 전문직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현실은 특정 직능 및 수단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더 이상 안전..
질문을 넘어서, AI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AI를 잘 써야 한다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조언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검색을 해왔지, 기계와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질문을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람도 아닌 존재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요구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AI를 잘 쓰려면 질문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해야 합니다.AI는 검색엔진이 아닙니다. 검색엔진이 기존 정보를 찾아주는 도구라면, AI는 정보를 생성하는 도구입니다. 생성에는 항상 오류 가능성이 포함됩니다. 이른바 ‘환각’이라고 불리는 그럴듯한 오류가 그 예입니다. 따라서 AI의 답변을 단번에 수용하는 태도는 오히려..
사회적 합의로서의 창의성 AI로 인한 삶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간의 창의성, 감정, 전문직의 판단 영역까지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이상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저임금 육체노동이 먼저 대체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고부가가치 영역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그 끝에 ‘창의성’이 있습니다. 창의성은 본질적인 속성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승인된 이후에 붙는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창의성이 되기 전의 생각은 특이한 의견, 소수 주장, 혹은 위험한 발상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인정받았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창의적이라 부릅니다. 그렇기에 창의성은 절대적 개념이라기보다 사회적 합의의 산물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AI는 이러한 승인 구조의 ..
'운'의 영역에서 '예측'의 과학으로: AI가 바꾼 연구의 기획력 복잡하게 요동치는 시대, 변화의 파고는 지식의 최전선인 대학 연구실의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습니다. 과거의 연구가 연구자의 직관이나 우연한 발견에 기대어 평생을 천착하는 ‘장인형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AI를 통한 ‘설계형 모델’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간 연구 기획서에서 ‘탐색’이라는 단어는 자칫 근거 없는 막연함으로 치부되어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I 추론을 통해 수많은 변수 간의 상호작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 지금, 탐색은 고도의 과학적 프로세스가 되었습니다. 미국 FDA에서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오가노이드와 더불어 AI 기반의 네트워크 약리학(NAMs)을 꾸준히 언급하는 것은 이제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AI 춘추전국시대: 각자의 영토를 구축하는 플랫폼들 구글이 AI 경쟁에서 '왕의 귀환'이라 불릴 만큼 다시금 회자되고 있습니다. 범용적인 GPU 대신, AI 연산만을 위해 설계된 TPU라는 독자적인 하드웨어를 무기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대중의 이목을 끈 이미지 생성 기능이나, 일상적인 업무 도구 깊숙이 스며드는 제미나이의 확산세는 인상적입니다. AI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 역시 지난 수년간 여러 AI를 교차해서 사용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 모델이 주력하는 '특화 영역'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챗GPT는 압도적인 자연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대화하는 데 특화될 것으..
AI 번역, 낯선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다 AI가 일상이 되면서 그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교육 분야는 AI의 긍정적 쓰임이 합의된 대표적인 곳입니다. 저 역시 연구 과정에서 AI에게 질문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교육 이전에 AI가 이미 완벽한 역할을 하는 분야는 바로 '번역'입니다.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AI 번역 수준은 맥락까지 다듬어내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참석한 한 컨퍼런스에서는 대만, 한국, 일본의 연사들이 각자 편한 언어로 발표했지만 소통의 장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AI 실시간 번역이 스크린과 개인 웹페이지로 동시에 제공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화자들이 자기 나라 말로 편안하게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모습은, 과거 ..
AI의 발전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유료로 사용하던 AI보다 지금 무료로 제공되는 모델의 성능이 더 뛰어나며, 이마저도 곧 낮은 성능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만큼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AI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에는 일부 전문가들만 활용하던 기술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수많은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전화 ARS 시스템은 AI가 대부분의 문의를 처리할 정도로 발전했고, 전자책 시장에서는 AI 생성형 서적이 따로 분류될 정도로 AI 기반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체가 어려울 것이라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AI의 활용이 확산되었으며, 특히 코딩이나 정보통신과 같은 AI와 밀접한 산업에서는 이미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