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 주식회사에서 찾는 지대 억제와 유인 일치의 경제학
경동시장은 서울 도심의 대표적 시장임에도 바가지 논란 없이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관 검색어가 '가성비'일 정도로 식자재와 물건값이 저렴한 이유는 상인들이 곧 주인이자 세입자인 '경동시장 주식회사' 시스템에 있습니다. 해방 이후 상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시장 건물을 올리고 주식회사 소유로 만들면서, 입점 상인들은 주주이면서 동시에 세입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월세를 올리면 회사의 배당은 늘지만 자신이 낼 임대료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기계적으로 임대료를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인근 다른 건물 상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동시장 주식회사 건물의 낮은 임대료에 맞추지 않으면 물건값 경쟁에서 밀려 장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임대료를 억지로 누른 것이 아니라 건물주와 세입자를 일치시켜 지대 추구 효과를 근본적으로 없앤 것입니다.
마이너스 성장 위기와 300조 원 규모의 '국민 채권자' 구상
이 경동시장 모델은 한국이 직면한 인구 고령화와 마이너스 성장 위기를 막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장기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채로 쌓아 올린 자산 가치를 정상화하는 디레버리징은 필수입니다. 그러나 급격한 자산 붕괴는 국가 신용도 하락과 막대한 고통을 부르기에 정치권이 선뜻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국민이 국가의 채권자가 되는 모델이 유효한 해법이 됩니다. 비효율적인 부동산, 좀비기업, 유휴 공공자산을 국가가 헐값에 매수하고, 그 비용을 오직 내국인만 살 수 있는 10~20년 만기 전용 국채로 조달하는 것입니다. 대외 발행을 피함으로써 해외 투기 세력의 간섭을 차단하고, 세금을 걷는 쪽과 쓰는 쪽의 괴리로 생기는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습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가채무비율이 11%대에 불과해 약 169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25년에 걸쳐 세금으로 갚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 정부가 무작정 빚을 떠안기 어렵습니다. 대신 3,7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순금융자산과 1,500조 원 규모의 단기 유동성을 감안할 때, 시장 금리를 교란하지 않고 국민들이 인수할 수 있는 현실적 발행 규모는 최대 200조~300조 원 수준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국채를 쥐게 되면 자산 가치 상승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생겨 님비 현상이나 규제 갈등을 신속히 해결할 강력한 추진력이 확보됩니다.
세금 전가 없는 청산과 저비용 생산 인프라로의 대전환
이 모델이 과거 공적자금의 상흔을 되풀이하지 않고 성공하려면 세 가지 보완책이 반드시 작동해야 합니다.
- 좀비기업이나 부실 재단 자체를 세금으로 살려두는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합니다. 기존 경영진과 주주는 감자와 파산 처리를 통해 손실을 100% 분담시키고, 국가는 남겨진 유휴 토지와 공장 부지만을 파산 청산가 이하로 회수해야 합니다.
- 세금으로 원리금을 메우는 단순 국채 대신, 자산 정상화 수익과 임대료가 배당으로 연결되는 '인프라 리츠형 혼합채권'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금 전가 논란을 막고 국민 채권자가 자산 정상화 과정의 적극적 지지자가 됩니다.
- 회수한 저비용 자산을 AI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 연구단지, 신재생 전력망 거점 등 미래 산업의 생산 기지로 저렴하게 장기 공급해야 합니다. 경동시장 상인들이 싼 임대료를 무기로 경쟁력을 지켰듯, 국가가 생산 현장의 지대 비용을 대폭 낮춰주어야 실질 생산성이 폭발합니다.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서 국민 채권자 모델은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대 거품을 걷어낸 생산 토양 위로 자본과 인재를 재배치하는 데 필요한 10~15년의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는 가장 확실한 도약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확보한 골든타임 속에서 실질 생산성이 반등해 경제성장률이 국채 금리를 추월하는 순간, 국민들은 자산 정상화와 국가 도약의 과실을 배당과 매매차익으로 누리며 기쁜 마음으로 채권을 회수할 것입니다. 비효율의 대가를 세금으로 메우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 온 국민이 국가 재건의 주주로서 노력의 정당한 보상을 만끽하는 새로운 성장 사이클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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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입니다. 근데 그냥 침만 놓는 사람 아닙니다. 한의학부터 사회 꼬집기, 경제·경영 및 기술까지— 세상이 던지는 말들에 한 마디씩 반사해봅니다. 오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