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데이터 활용,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잠자는 공공 데이터를 빠르고 투명하게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국가 데이터 기본법의 연내 시행을 앞두고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 법안은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주요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름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공공 데이터의 개방 및 활용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요 정부출연연구원 역시 자체 소유 데이터의 현황을 점검하고 활용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은 비단 최근만의 요구가 아닙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공공 데이터 개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공공기관, 정부출연연구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한 수많은 데이터는 여전히 각 기관의 서버나 연구자의 컴퓨터 속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최초 데이터 생성자가 은퇴하거나 이직한 후에는 데이터의 생성 맥락조차 파악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새로 모으기에 앞서,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전체 규모와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 현주소입니다.
'보안과 민감성'의 장벽에 갇힌 공공 데이터의 현주소
그동안 국가 세금으로 조성된 데이터라 할지라도 이를 외부에서 분양받거나 활용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출연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기관이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라거나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0년 이상 지난 데이터조차 개방을 꺼려왔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제공을 요청했던 사람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번번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데이터 담당자가 퇴직 후 대학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 그동안 까다롭던 제공 기준이 완화되었는지, 해당 데이터가 비로소 공개되고 논문으로 활용되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활용되면 다행이지만, 대다수의 데이터는 정체조차 파악되지 못한 채 컴퓨터 안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데이터를 조건 없이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법안에서도 국가 안보, 국방,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민감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식별정보는 물론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 심지어 타 연구자가 먼저 논문으로 발표할까 우려해 비공개로 분류하는 동물실험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로 개방이 거부되어 왔습니다.
국가 데이터 기본법은 이러한 관행을 타개하고자 파편화되어 있던 정보 활용 체계를 통합하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다만 법안이 선제적으로 추진되는 반면, 현장에서 작동할 세부 실행 정책과 구체적인 방향성은 여전히 불명확한 실정입니다.
속도전 중심의 '원칙적 공개'와 비공개 비율 연동 평가제
이제는 그동안 반복되어 온 구조적 굴레에서 벗어나 간결하고 실효성 있는 개방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복잡한 정제 절차에 시달리기보다, 데이터의 신속한 전면 개방과 활용에 중점을 두는 정책 설계가 시급합니다. AI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미세한 가공보다는 대량의 데이터를 통째로 신속하게 활용하는 '속도전'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대안으로 각 기관별 전체 데이터 인덱싱 후 '비공개 비율 제한 및 원칙적 공개' 방식을 제안합니다. 초기에는 전체 데이터의 절반 이하, 예를 들어 40% 수준까지만 비공개로 설정할 수 있게 허용한 뒤, 향후 공공기관 평가 지표에 비공개 비율을 줄이는 실적을 적극 반영하여 가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각 기관은 자발적으로 개방 데이터 비율을 늘려나갈 것이며, 사회 전반의 데이터 활용도 역시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신규 생성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비공개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이터 수집 표준을 제정하여 수집 단계부터 공통성과 표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구축과 개방 사이의 시차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실명 기반 자격 관리와 성과 연동형 인센티브(토큰) 모델
무분별한 데이터 싹쓸이 수집은 자원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연계를 통한 개인 특정 등 또 다른 보안 위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수요자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 검증과 책임 있는 관리 체계 조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다만 기존의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심사 방식은 지지양해야 합니다. 대신 '실명 기반 데이터 제공 및 성과 연동형 토큰 제도'를 제안합니다. 데이터 분양 후 유의미한 연구 결과물이나 제품·서비스를 등록하는 수요자에게 일종의 '데이터 분양 가능 토큰(가점)'을 부여하여 추가 데이터 접근 권한을 확장해 주는 방식입니다.
실명 기반으로 데이터가 제공되므로 남용을 방지할 수 있으며, 공공 데이터를 올바르게 활용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수요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건전한 데이터 이용 생태계를 정립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개방의 중요성은 과거부터 강조되어 왔으나, 개인정보 유출 및 데이터 보존 기술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데이터가 생성된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폐단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AI가 미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은 지금, 데이터는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닌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국가 데이터 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명확하고 강력한 데이터 활용 기준이 정립되어, 데이터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 언론 및 산업계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국가 데이터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