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

도수치료 관리급여화, 진짜 변화는 병원 밖에 있다

상계동백곰 2026. 6. 19. 21:01

2026년 7월부터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됩니다. 많은 언론은 이를 "환자 부담을 낮추는 정책"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영향은 단순히 도수치료 가격이 얼마가 되느냐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손보험과 비급여에 의존해 유지되던 1차 의료기관의 수익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던 물리치료사들의 고용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 수 있는 변화입니다.

 

실손보험 개혁의 본질은 의료 공급구조의 재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오랫동안 낮은 수가를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급여 진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검사,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은 건강보험 수가가 보상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는 기능을 해왔습니다. 이후 실손보험이 보편화되면서 환자들은 낮은 부담으로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병의원 역시 이를 통해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도수치료 관리급여화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손보험을 통해 형성되었던 비급여 시장을 축소하는 의미가 더 큽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대상이 단순히 병원 수익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충격은 물리치료사 고용시장에 갈 수 있다

 

도수치료는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경우보다 물리치료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모가 큰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서는 다수의 물리치료사를 고용하여 도수치료실을 운영해 왔습니다.

 

만약 도수치료 수가가 크게 낮아지고 횟수 제한까지 강화된다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기존과 같은 규모의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병원 원장의 수익 감소 문제가 아니라 물리치료사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물리치료사는 상당수가 대학졸업자인 전문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소속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직역입니다. 의사처럼 개원할 수도 없고, 독립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도수치료 시장 축소는 다른 직역보다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정책 변화는 의료비 절감 정책인 동시에 물리치료사 고용시장 재편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수요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물리치료사들의 고용 문제가 현실화된다면 정부 역시 이를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허용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요구입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적인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료법 체계 전반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와 직역 간 갈등이 뒤따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추진하기 쉽지 않습니다.

 

반면 한의원에서 물리치료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높습니다. 현재 한의원은 근골격계 질환 환자를 대량으로 진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치료사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이른바 의료기사 지휘권 문제 때문입니다.

 

만약 정부가 물리치료사 일자리 확대를 고민한다면, 이미 근골격계 환자 수요가 충분히 존재하는 한의계를 새로운 고용시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도 변경 범위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국민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물론 의사협회의 반발은 예상됩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물리치료사 대량 실업 문제를 완화하면서도 새로운 의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도수치료 관리급여화의 진짜 의미

 

도수치료 관리급여화는 단순한 급여화 정책이 아닙니다. 이는 실손보험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의료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정책입니다.

 

그 과정에서 병의원 수익구조가 바뀌고, 물리치료사 고용시장이 흔들리며, 나아가 의료기사 제도와 직역 간 관계까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도수치료 가격이 얼마가 되느냐가 아니라, 정부가 감소하는 물리치료사 수요를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려 할 것이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 가운데 하나로 한의원 의료기사 지휘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