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미래

의사 대신 AI에게 묻는 세상: “지금 당장 병원 가야 할까요?”

상계동백곰 2026. 4. 16. 16:34

인공지능의 역할 중 하나는 그동안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문 영역의 대체입니다. 이미 프로그램 개발, 글쓰기, 교육은 상당 부분 인공지능이 맡고 있으며, 그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대체할 영역'을 찾기보다 '대체되지 않는 영역'을 찾는 쪽이 더 쉬운 시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자연히 '이런 영역까지 대체가 된다고?' 싶은 사례가 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입니다.

 

규제의 끝판왕 의료, 인공지능이 뒤집다

 

의료 분야는 고도의 규제 탓에 스타트업을 비롯한 신규 사업이 극히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신기술이 곧바로 시장에서 검증받는 다른 분야와 달리, 의료는 기초연구에서 임상시험, 규제 승인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빠른 평가와 적응력 뿐만 아니라 규제를 통과할 자본력과 기술력까지 갖춰야 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기술 혁신이 두드러지지 않는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 역설을 빠르게 뒤집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달라지는 곳은 의료 상담입니다. 이전에는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나 플랫폼을  광고나 신뢰도가 낮은 정보로 판단했을 것입니다. 일부 의사들이 자신이 운영하거나 소속된 병원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건강 정보를 전하고 있지만,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할 만큼 상세한 의료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습니다. 한마디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신뢰하기 힘들었고, 신뢰할 만한 정보는 나에게 맞게 해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의료정보 정확도 50%, 위기인가 기회인가

 

인공지능은 바로 이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러 인공지능 모델의 의료 정보 제공 정확도가 50% 남짓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BMJ Open, 2025). 많은 사람은 의료 정보의 절반만 정확하고 나머지 절반은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인공지능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이해합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로 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아 끊임없이 빠르게 변하는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만으로 절반의 정확한 답변을 도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병원에 가야 할 이유를 상당 부분 대체하며, 이는 곧 의사의 역할까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병원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성을 갖고 있습니다. 병원 방문이 비교적 쉬운 한국에서조차, 괜찮은 병원을 찾거나 소개를 받고, 예약하고, 날짜를 정해 방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면 인공지능에게는 집에서 손가락이나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물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비용이 들지 않고, 친절하며,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제공합니다. 3분 진료에 쫓길 필요도, 무조건 보험약을 처방받을 필요도, 비급여 진료를 권유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제공 정보의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정작 병원의 의사들마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은 — 50%의 정확도에 대한 판단을 제쳐놓더라도 —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건강을 물어볼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일부에서는 절반밖에 안 되는 정확도의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 근거로 인공지능이 별도의 논문을 출처로 제시하지 않고, 권위적이고 확정적인 표현을 쓰며, '모른다'는 대답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힙니다. 그런데 인간 의사는 과연 저 문제점이 없거나, 반대로 행동하는지 돌이켜보면 인공지능을 쓰지 말자고 얘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진단이 끝나는 시대, 의사에게 남는 것

 

대다수 환자가 의사가 아닌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건강을 묻는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그때의 정확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것이고, 설령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더라도 인공지능의 진단 범위 안에 있을 것입니다. 병원의 의사조차 인공지능을 활용해 의사 결정을 내릴 테니, 결국 남는 것은 의사의 치료 계획(진단이 아닌)과 시술뿐이며, 이마저도 로봇 기술이 발달하면 대체될 수 있습니다.

 

집에서 70이 넘으신 어머님이 인공지능에게 건강 정보를 묻고, 그에 맞춰 생활 습관을 바꾸는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현실입니다.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70%만 넘어도 어지간한 병원 의사에게 묻는 것과 그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90%에 이르면 최종 진단이 인공지능에서 끝날지도 모릅니다. 병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대다수 환자에게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신의 직업이 대체될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해 — 대책이든 감정이든 —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