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자

쿠팡의 ‘침묵’ 뒤에 숨겨진 고도의 수싸움: 위기를 구조개편의 지렛대로

상계동백곰 2025. 12. 23. 21:46

전방위적 압박 속의 침묵, 치밀하게 설계된 ‘방패’와 ‘창’

 

쿠팡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 이후 정부의 대응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영업정지 언급은 물론, 국세청의 정밀 조사를 통한 전방위적 압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김범석 회장의 국회 불출석에 따른 감정적 대응이라기엔 그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대목은 쿠팡의 태도입니다. 쿠팡은 신임 한국법인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책임의 화살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이전부터 20여 명 이상의 베테랑 대관 인력을 확충하며 조용한 응전 체제를 구축해 왔습니다. 국회와 정부의 거센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미 법적·행정적 시나리오 검토를 끝내고 장기전에 돌입했음을 시사합니다.

 

아킬레스건인 ‘고정 인건비’, 정부 규제를 지렛대 삼아 끊어내나

 

현재 쿠팡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경영 효율화입니다. 과거 '공공근로'라 불릴 만큼 막대한 인원을 고용하며 시장 선점에는 성공했지만, 매년 2~3조에 달하는 인건비는 수익성을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식 경영 환경이었다면 즉각적인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을 절감했겠지만, 해고가 극히 어려운 한국의 노동법 구조 아래서는 확실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정부의 과징금과 영업정지 압박은 역설적으로 쿠팡에 '긴박한 경영상의 명분'을 제공해 줍니다.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면, 쿠팡은 이를 근거로 희망퇴직 등 대규모 구조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은 AI와 기계화를 통한 물류 혁신을 이미 시작했으며, 정부의 응징은 쿠팡에 인력 구조를 슬림화할 최적의 탈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자가당착과 ‘제2의 론스타’라는 부메랑

 

정부는 오만한 기업을 응징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은 복잡합니다. 정부가 이 시나리오를 알고 있다면 세수 확보를 위해 기업의 인력 감축을 묵인하는 꼴이 되고, 모르고 있다면 그저 감정적인 대응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향후 행정처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과 소송전을 병행하며 시간을 벌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완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정부가 무리한 처분을 강행했다가 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국민의 혈세로 배상금을 물어주는 '제2의 론스타 사태'가 재연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대규모 소비자 이탈이 없는 한, 이 싸움은 결국 쿠팡의 영리한 버티기와 정부의 명분 쌓기 사이에서 묘한 '적대적 공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