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의 2라운드와 교육의 미래
AI 춘추전국시대: 각자의 영토를 구축하는 플랫폼들
구글이 AI 경쟁에서 '왕의 귀환'이라 불릴 만큼 다시금 회자되고 있습니다. 범용적인 GPU 대신, AI 연산만을 위해 설계된 TPU라는 독자적인 하드웨어를 무기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대중의 이목을 끈 이미지 생성 기능이나, 일상적인 업무 도구 깊숙이 스며드는 제미나이의 확산세는 인상적입니다.
AI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 역시 지난 수년간 여러 AI를 교차해서 사용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 모델이 주력하는 '특화 영역'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챗GPT는 압도적인 자연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대화하는 데 특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트위터가 사실 전달보다는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했듯, 챗GPT는 AI 사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앵커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클로드는 '바이브 코딩'을 앞세워 개발자들의 충성도를 확보하려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구글 제미나이는 우리가 정보를 얻고, 정리하고, 확장하는 지식의 도구로서 당분간 앞서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야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대체했던 것이 구글 자신이었듯, 검색 엔진 시장에서의 저력을 AI 시대에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교육의 본질적 전환: 시공간을 초월한 1:1 문답의 실현
이토록 길게 AI 시장을 분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누가 승자가 되든, AI는 점점 더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 더 똑똑해질 것이라는 미래가 확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가장 혁명적으로 적용될 분야는 바로 '교육'입니다.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에는 아직 약하지만, 기존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전달하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는 교육의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문의 기본은 '질문과 답변'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이 그러했고, 논어와 맹자, 심지어 한의학 서적들도 문답의 형태로 지식을 전했습니다.
과거에는 궁금한 점이 있어도 선생님의 시간을 기다리거나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질문과 답변의 시공간적 제한이 사라집니다. AI는 교수가 가진 오랜 연륜과 직관적 통찰을 완벽히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학습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해가 될 때까지 무한히 반복해서 지식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개별 맞춤형 교육'이 전방위적으로 가능해짐을 의미합니다.
학교의 새로운 정의: 문제 해결(PBL)과 질문하는 힘
AI가 지식 전달을 전담하게 된다면, 학교의 정의도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묻고 답하는 것은 일상의 AI에게 맡기면 됩니다. 학교는 AI가 가르칠 수 없는 것, 즉 '암묵지(Tacit Knowledge)'와 '세부적인 노하우'를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는 문제 해결 과정을 배우고 직접 해볼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AI가 연구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한들, 실험실에서의 세포 배양이나 임상 데이터의 미묘한 해석은 직접 손과 머리를 써서 부딪쳐봐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은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 PBL)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대학원에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창업해 보는 과정을, 의대에서는 가상 환자를 진료하는 실습을, 법대에서는 AI와 함께하는 모의 재판을 통해 실전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 남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호기심'과 '질문하는 태도'입니다. AI가 답을 주는 세상에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정의하고 그에 맞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만이 차별화된 가치를 가집니다. 지식은 AI에게 묻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문제를 해결하며 체득한 경험. 이것이 바로 AI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교육의 모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