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미래

AI가 여는 아시아의 시대

상계동백곰 2025. 10. 30. 21:33

AI 번역, 낯선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다

 

AI가 일상이 되면서 그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교육 분야는 AI의 긍정적 쓰임이 합의된 대표적인 곳입니다. 저 역시 연구 과정에서 AI에게 질문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교육 이전에 AI가 이미 완벽한 역할을 하는 분야는 바로 '번역'입니다.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AI 번역 수준은 맥락까지 다듬어내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참석한 한 컨퍼런스에서는 대만, 한국, 일본의 연사들이 각자 편한 언어로 발표했지만 소통의 장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AI 실시간 번역이 스크린과 개인 웹페이지로 동시에 제공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화자들이 자기 나라 말로 편안하게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모습은, 과거 영어로 학회 발표를 힘겹게 준비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상전벽해와 같았습니다. 번역에 있어서 AI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입니다.

 

유럽과 달랐던 아시아의 '언어 장벽'

 

문득 저는 이 번역 기능이 아시아의 시대를 이끄는 중요한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화는 인플레이션과 관세 전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이제는 가까운 나라끼리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는 경제 협력, 부정적으로는 갈등의 심화입니다.

 

유럽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유사성이 높습니다. 그들에게 2개 국어는 흔한 일이며, 이는 한국인이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우는 것과는 난이도와 인식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언어적 단절이 존재합니다. 중국의 4대 방언, 네팔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은 서로에게 너무나 낯섭니다. 이 거대한 장벽 때문에 아시아 사람들끼리의 소통은 모국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 '영어'를 매개로 해야만 했습니다. 이는 일상적 교류는 물론 공식적 영역에서도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결정적 한계였습니다.

 

기술은 토대, '아시아의 가치'는 이제부터

 

AI 번역 기술은 이 거대한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물론, 이 기술 하나가 아시아 각국이 가진 복잡한 역사적 앙금, 첨예한 정치적 대립, 경제적 이해관계를 단번에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입니다. 언어 장벽 외에도 아시아의 통합을 가로막는 장벽은 많습니다.

 

하지만 AI 번역은 '새로운 소통을 위한 필수적인 토대'를 제공합니다. 말이 통하게 된다는 것은, 적어도 서로를 이해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장벽을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영어를 아는 엘리트들끼리,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과, 각자의 자국어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소통의 차원이 다릅니다.

 

과거 '아시아의 가치'라는 구호는 종종 공허하게 들렸습니다. 지난 20세기, 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주의에 맞서 단결된 사상을 만들지 못하고 파편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AI의 힘을 빌려, 자신들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말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아시아의 가치'는 더 이상 헛된 구호가 아니라 수많은 소통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합의될 수 있는 구체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어떤 교육에서 태국 학생과 터키 학생이 한국어로 자국의 문화와 일상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류의 영향도 자랑스럽지만,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연결되려는 의지 자체가 중요합니다. AI 기술이 이 의지를 뒷받침할 때, '아시아의 시대'라는 오래된 구호는 비로소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